2026년 1월 27일 화요일

[K-POP 걸그룹] 시작의 이미지가 만드는 하나의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은 이미지 이야기

걸그룹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노래나 춤보다도 먼저 어떤 “느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밝다, 세련됐다, 시크하다, 친근하다 같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게 바로 이미지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생각보다 훨씬 이른 단계, 거의 팀 기획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같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단순히 예쁜 사진 몇 장 찍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팀의 방향 전체를 관통하는 일종의 설계도에 가깝다.

기획사 쪽에서는 보통 “이 팀을 사람들이 어떤 그룹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질문부터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정해지면, 그다음부터는 멤버 구성, 음악 스타일, 의상 방향, 말투와 태도까지 하나씩 거기에 맞춰 맞춰진다. 그래서 어떤 팀은 데뷔 초부터 일관된 색을 유지하는 반면, 어떤 팀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미지를 다시 잡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이미지라는 건 꽤 추상적인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주 구체적인 선택들의 결과다. 무대에서 어떤 표정을 주로 쓰는지, 인터뷰에서 어떤 단어를 많이 쓰는지, 예능에서 어떤 캐릭터로 불리는지까지 전부 쌓여서 하나의 인상을 만든다. 그리고 이 인상은 한 번 굳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 어떤 이미지를 잡느냐는, 단순히 데뷔 콘셉트 하나 고르는 문제를 넘어서, 팀의 몇 년을 좌우하는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멤버 개인 이미지와 팀 이미지 사이의 줄다리기

팀 이미지를 만들다 보면, 항상 부딪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멤버 각자의 성향과 팀이 원하는 방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멤버는 원래 말수가 적고 조용한데, 팀 콘셉트는 밝고 활발한 쪽일 수도 있다. 반대로, 평소에는 장난기 많은 성격인데 팀 이미지는 차분하고 도도한 쪽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멤버에게 역할에 맞는 모습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팀 이미지 쪽을 조금씩 조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이 두 가지를 적당히 섞어서 간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게 만들면 오래 못 가고, 그렇다고 전부 개인 성향에 맡기면 팀의 통일성이 깨진다.

그래서 요즘은 “이 멤버의 실제 성격 중에서 어떤 부분을 조금 더 키워서 쓰자”는 식의 접근을 많이 한다. 없는 모습을 새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있는 성향 중에서 팀 이미지에 맞는 쪽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멤버도 덜 힘들고, 보는 쪽에서도 어색함이 줄어든다.

결국 팀 이미지는 멤버들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결과물이 아니라, 여러 성향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한 결과물에 가깝다. 이 균형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따라, 팀이 오래 가느냐 아니냐가 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앨범 하나, 사진 한 장에도 다 들어 있는 계산

컴백할 때마다 공개되는 콘셉트 사진이나 티저 이미지를 보면, “이번엔 이런 분위기로 가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한 번의 분위기 변화도 사실은 팀 전체 이미지 안에서 계산된 움직임인 경우가 많다. 너무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면, 기존에 쌓아온 인상이 한순간에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큰 줄기는 유지한 채, 그 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준다. 밝은 이미지를 가진 팀이면 조금 더 성숙한 쪽으로, 강한 이미지를 가진 팀이면 조금 더 세련된 쪽으로, 이런 식의 미묘한 이동이 반복된다. 팬들 입장에서는 “확 달라졌다”기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변화다.

스타일링, 메이크업, 사진 색감 같은 것도 전부 여기에 맞춰 움직인다. 심지어 인터뷰에서 쓰는 표현이나, 예능에서 보여주는 태도까지도 어느 정도는 방향이 맞춰진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이 팀은 이런 이미지”라는 인식이 더 단단해진다.

겉보기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뒤에는 매번 “이 정도 변화는 괜찮을까”를 따지는 회의와 고민이 반복되고 있다.

이미지가 굳어졌을 때 생기는 문제들

이미지가 확실히 잡히는 건 분명 장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게 오히려 족쇄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항상 같은 느낌을 기대받다 보니, 조금만 다른 시도를 해도 “이 팀답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점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새로움이 줄어든다.

멤버들 입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생긴다. 몇 년 동안 같은 캐릭터로 불리다 보면, 그게 본인 모습과는 점점 멀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는 이미지 관리가 일이 아니라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팀들이 한 번쯤은 큰 방향 전환을 고민하게 된다. 이게 성공하면 “변신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지만, 실패하면 “예전이 더 나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결국 이 선택은 언제나 리스크를 안고 가는 도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전혀 시도하지 않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위험이 된다. 대중의 취향은 계속 바뀌고, 팀도 그 안에서 조금씩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제일 오래 간다

여러 해 활동한 팀들을 돌아보면, 끝까지 남는 이미지는 의외로 아주 단순한 경우가 많다. “노래 잘하는 팀”, “무대 잘하는 팀”, “분위기 좋은 팀”. 복잡한 콘셉트보다, 이런 직관적인 인상이 더 오래 간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국 이미지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짜인 기획이라도, 멤버들의 표정과 말투, 태도에서 느껴지는 진짜 분위기를 완전히 덮을 수는 없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팀 이미지는 기획보다는 사람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된다.

처음에는 만들어진 모습으로 시작했더라도, 몇 년이 지나면 그 안에는 실제 멤버들의 성격과 관계, 쌓인 시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그리고 대중이 기억하는 이미지는, 결국 그 모든 게 섞인 결과물이 된다.

그래서 오래 가는 팀들의 이미지를 보면, 화려한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그 팀다운 느낌”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이미지는 전략으로 시작하지만, 시간과 사람으로 완성되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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