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콘텐츠로 팬과 만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요즘 팬 이벤트를 기획하다 보면 예전 방식으로는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사인회, 미니 토크, 포토타임 같은 구성은 여전히 의미는 있지만, 팬 입장에서는 “또 그 패턴이네”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지 꽤 됐다. 특히 해외 팬이나 현장에 못 오는 팬들까지 포함해서 경험의 범위를 넓히려면, 이제는 물리적인 공간 중심의 이벤트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AR과 VR이 단순한 기술 체험이 아니라, 팬 경험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도구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중요한 건 ‘신기하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기술을 통해 팬이 어떤 감정을 가져가게 할 거냐는 점이다. 멤버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건지, 아니면 세계관 안으로 직접 들어온 느낌을 줄 건지, 혹은 멤버의 시점을 체험하게 할 건지에 따라 기획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AR/VR 팬 이벤트는 단순한 IT 쇼가 아니라, 팬과 그룹의 관계 구조를 다시 짜는 작업에 가깝다.
왜 이제 팬 이벤트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야 하는가
예전 팬 이벤트는 공간 중심이었다. 어디서 하느냐, 몇 명이 오느냐, 멤버를 얼마나 가까이서 보느냐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팬덤 규모도 커졌고, 글로벌화도 됐고, 팬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어떤 팬은 한국에 살지만 현장에 못 오고, 어떤 팬은 해외에 있지만 돈은 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전부 온라인으로 이미 수백, 수천 개의 영상 콘텐츠를 보고 있다. 즉,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예전만큼의 감동을 주기 어려운 시대가 된 거다. 그래서 팬 이벤트의 본질도 바뀌고 있다. 이제는 장소에 데려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들 거냐가 목표가 된다. AR/VR은 이 지점에서 굉장히 강력한 도구가 된다. 멤버가 눈앞에 나타나는 경험, 무대 위에 같이 서 있는 경험, 뮤직비디오 세계관 안을 직접 걸어 다니는 경험, 이런 것들은 기존 이벤트로는 구현이 거의 불가능했던 영역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재미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팬의 기억 구조를 바꾼다. “그날 공연 봤어”가 아니라 “내가 그 세계 안에 들어갔었어”라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 차이는 굉장히 크다. 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팬 경험의 차원을 한 단계 올리는 작업이다. 그래서 AR/VR 팬 이벤트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팬 경험의 기준선을 다시 설정하는 프로젝트라고 봐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감정 동선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AR/VR 이벤트를 기획할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뭘 할 수 있지?”부터 생각하는 거다. 이러면 결과물은 대부분 기술 데모 영상 같은 이벤트가 된다. 잠깐 와서 “오 신기하다” 하고 나가면 끝이다. 그런데 팬 이벤트의 목표는 그게 아니다.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데뷔 초부터 함께한 팬에게는 ‘함께 걸어온 시간’을 체험하게 하고 싶은지, 요즘 입덕한 팬에게는 ‘이 그룹의 세계관에 처음 들어오는 느낌’을 주고 싶은지, 아니면 콘서트에 못 오는 해외 팬에게 ‘무대 바로 위에 있는 느낌’을 주고 싶은지에 따라 설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감정 목표를 정한 다음에야 기술을 고르는 게 맞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모든 멤버를 똑같이 다루려고 하면 대부분 망한다. AR/VR은 오히려 멤버별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설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어떤 멤버는 ‘같이 산책하는 콘셉트’가 어울리고, 어떤 멤버는 ‘무대 위에서 1:1로 노래를 불러주는 콘셉트’가 어울리고, 어떤 멤버는 ‘세계관 속 가이드 역할’이 어울릴 수 있다. 이렇게 쪼개면 팬들은 “나는 최애 코스부터 가야지”라는 동선을 스스로 만들게 된다. 이건 체류 시간도 늘리고, 만족도도 확실히 올라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걸 한 번 하고 끝낼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거다. AR/VR 팬 이벤트는 단발성 축제가 아니라, 업데이트되는 플랫폼처럼 설계해야 한다. 이번에는 연습실, 다음에는 콘서트, 그 다음에는 세계관 공간, 이런 식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투자 대비 효과가 나온다.
AR/VR 팬 이벤트는 결국 관계의 깊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AR/VR 팬 이벤트를 “돈 많이 드는 특수 이벤트”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제대로 설계하면 이건 그냥 이벤트가 아니라, 팬과 그룹 사이의 관계 구조를 바꾸는 장치가 된다. 팬은 더 이상 관객이 아니라, 세계 안에 들어온 참여자가 된다. 이 경험을 한 팬은 이후에 보는 모든 콘텐츠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저 세계 안에 내가 있었지”라는 기억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건 충성도에 직결된다. 그리고 이건 단기간에 수치로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몇 년 단위로 보면 팬덤의 결이 달라진다. 더 깊게 몰입하고, 더 오래 남아 있는 팬이 늘어난다. 그래서 AR/VR 팬 이벤트는 비용 대비 효율을 단순 계산으로 볼 게 아니라, 브랜드 자산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 그룹은 팬을 어디까지 데려가 줄 수 있는가, 어떤 세계를 같이 공유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가장 직관적으로 대답해주는 도구가 바로 이런 체험형 콘텐츠다. 결국 이건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관계 설계 프로젝트다. 그리고 이걸 먼저 이해하는 팀이, 팬 경험 경쟁에서 훨씬 오래 앞서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