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대에서 보는 완성된 모습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가 있다.
K-POP 걸그룹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회사 소속이냐”는 말이 따라붙는다. 어떤 팀은 회사 이름만 들어도 대충 어떤 스타일일지 감이 오고, 어떤 팀은 “이 회사에서 이런 팀도 나왔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과 다른 방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만큼 기획사라는 존재는, 한 팀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꽤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획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잘 모른다. 흔히들 “연습시키고, 노래 내주고, 홍보해주는 곳” 정도로만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많은 선택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걸그룹 하나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멤버 몇 명 모아서 노래 내는 일이 아니다. 누굴 뽑을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언제 데뷔할지, 데뷔하고 나서는 어떻게 운영할지까지, 거의 모든 단계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 선택들이 모여서, 우리가 나중에 “그 팀의 색”이라고 부르는 결과가 된다. 이 글에서는, K-POP 걸그룹을 둘러싼 기획사 시스템이 실제로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팀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최대한 현실적인 시선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기획사는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사를 “관리해주는 곳”이라고 부른다. 스케줄 잡아주고, 홍보해주고, 계약 관리해주는 역할 말이다. 물론 그런 기능도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K-POP 산업에서 기획사의 역할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획사는 사실상, 한 팀의 방향을 정하는 곳에 가깝다. 어떤 이미지를 가져갈지, 어떤 음악을 주로 할지, 어떤 시장을 먼저 노릴지 같은 것들이, 대부분 이 단계에서 큰 틀이 정해진다. 그리고 이 큰 틀은, 데뷔 후 몇 년 동안 팀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제한하거나, 혹은 지탱해주는 기준이 된다. 연습생을 뽑는 단계부터 이미 이 방향성은 어느 정도 반영된다. 어떤 성향의 멤버들을 모으느냐에 따라, 나중에 만들 수 있는 팀의 그림도 크게 달라진다. 처음부터 “이런 팀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고, 거기에 맞는 재료를 모으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 기획이 항상 시장의 반응과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기획사는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이 균형을 잘 맞추는 회사도 있고, 그렇지 못한 회사도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몇 년 뒤에 꽤 분명하게 드러난다.
걸그룹 하나를 움직이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파트가 같이 돌아간다.
겉에서 보면, 걸그룹 활동은 멤버들과 몇몇 스태프가 같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부서와 사람들이 동시에 관여한다. 음악을 만드는 팀, 콘셉트를 기획하는 팀,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팀,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팀,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팀, 일정과 계약을 관리하는 팀까지, 거의 하나의 작은 회사처럼 움직인다. 앨범 하나를 준비하는 과정만 봐도 그렇다.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할지 정하는 것부터, 수십 개의 후보 곡을 놓고 회의를 거친다. 콘셉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여러 방향이 동시에 올라오고, 그중에서 하나를 고른 뒤, 거기에 맞춰 세부 요소들이 하나씩 붙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항상 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붙는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산 안에서, 일정 안에서, 최대한 효과가 좋아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결과는 “최선”이라기보다는, “차선 중에서 제일 나아 보이는 선택”인 경우도 꽤 많다. 데뷔 이후에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팀의 위치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진다. 성과가 좋은 팀일수록,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여유가 생기고, 그렇지 않은 팀일수록, 검증된 방식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이 차이가 쌓이다 보면, 몇 년 뒤에는 팀 간의 격차가 꽤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기획사 내부에서도 모든 팀이 항상 같은 우선순위를 가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팀이 나오는 시기, 회사 전체의 방향이 바뀌는 시기, 혹은 특정 팀에 자원이 집중되는 시기 등이 겹치면, 어떤 팀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건 팬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많다. 이 모든 과정에서, 멤버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건 아니다. 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멤버들이 콘셉트나 음악에 대해 의견을 내고, 그게 실제 결과물에 반영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그 역시, 회사의 전체 방향과 완전히 따로 갈 수는 없다. 결국 최종 결정은,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기획사 시스템은 창의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아주 현실적인 계산이 지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항상 같이 움직인다.
우리가 보는 팀의 모습은, 수많은 선택이 겹쳐진 결과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K-POP 걸그룹을 보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잘 흘러온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회의와 수정, 타협과 재선택이 쌓여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팀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지는, 멤버들의 노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어떤 기획사를 만났는지, 어떤 시기에 데뷔했는지, 어떤 선택들이 이어졌는지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진다. 앞으로도 K-POP 걸그룹은 계속 나올 것이고, 그 뒤에는 항상 각자의 기획사 시스템이 같이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또 전혀 다른 색의 팀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한 팀의 모습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들이 고민하고 계산한 결과가 겹쳐진 하나의 결론에 가깝다.